"캐릭터의 수 만큼, 쓴 이야기를 다시 읽는다."

현실에서도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마법사의 약속』 츠시미 분타의 창작론

기사 게재 : 2020년 10월 29일 17시 55분
번역 게재 : 2020년 10월 30일 3시 30분

최근 여성향 앱 게임에서 인기 시나리오 라이터라고 하면 제일 먼저 이름이 오를 사람, 그게 츠시미 분타다.
읽는 것만으로 정경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풍경 묘사나 교묘하게 짜여있는 복선, 특출난 비유 표현 등 그 필력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많은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츠시미 시나리오의 특징은 그 중후한 스토리일 것이다. 팬들이 "질척질척하다(闇が深い)"고 표현하는 그의 시나리오는 사회 풍자를 엮어낸 시리어스 전개에서부터 피식 웃게 만드는 개그씬까지, 롤러코스터처럼 완급을 조절하는 작풍이 특징이다.
그런 츠시미풍이 유감 없이 발휘된 여성향 앱 게임이, 2020년 11월로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하는 『마법사의 약속 (이하, 『마호야쿠』)』다.
「21명의 마법사와 마음을 잇는 육성 게임」이 캐치프레이즈인 이 게임은, 판타지 특유의 가슴 뛰는 전개에서 질척한 에피소드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갈뿐만 아니라, 어딘가 현대 사회에서도 통하는 테마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에게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츠시미의 시나리오는 왜 이토록 유저를 끌어들이는 걸까. 본 인터뷰에서는 『마법사의 약속』 제작비화와 츠시미의 집필 활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러자 모든 캐릭터를 평등하게 소중하게 대하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본 인터뷰는 게임의 메인 스토리 및 이벤트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취재·글/鈴木 幸、前川菜央 제작/リアルコーヒーエンタテインメント

기사 원문 : news.livedoor.com/article/detail/19137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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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좋아할 판타지란 무엇인가 철저하게 조사했다

─ 『마법사의 약속』은 츠시미 선생님 작품으로선 드물게 판타지 세계관을 그린 것입니다. 판타지 작품에 도전하게 된 이유나 과정을 가르쳐주세요.

마법사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그 중심이 되는 대륙에는 5개의 나라가 있어, 
지역색과 인간성은 나라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이 세계에서는 하늘에 커다란 달이 떠있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대재앙> 
이라 부르며 두려워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거대한 힘을 발휘해 세계를 덮치는 <대재앙>에 대항하여, 
"현자의 마법사"라 불리는 
선택받은 마법사들이 싸우는 나날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여름에 coly에서 새 기획 의뢰를 받았을 때, coly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작품과 겹치지 않는 장르인 판타지를 제안해주신 것이 계기입니다.

하지만 판타지라곤 해도 그 안에는 여러 장르가 있죠. 그래서 어떤 판타지가 좋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라이트노벨에서 이세계전생물이 유행하고 있었던지라, coly의 기획안 중에 있었던 이세계전생물을 베이스로 삼기로 했고, 왜 유행하게 되었는지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러자 "망한 내가 일단 죽고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인생 리셋(リセット願望)이나, "이미 클리어한 세계를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공략하고 싶다"는 만능감이 포인트인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성들은 그렇게까지 리셋 욕구가 강하지 않은 것 같았죠. 그래서 여성이 좋아하는 "마법"이나 "판타지"의 개념을 조사해가던 중에, 조금 더 동화틱한 쪽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로드무비가 아니라 상자형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세계관에 가까운 이야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ロードムービーじゃなくて箱もの : 로드무비는 여행하는 과정에서 차례차례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 장르이며, '상자형'이란 정해진 공간 안에서 완성된 세계관을 의미합니다. 국내에 좀 더 친숙한 게임 용어로 의역하면 "RPG보다는 샌드박스" 쯤 될 것 같네요.

 

 

─ 그래서 마법이 나오는 판타지 작품으로 결정하신 거군요.

 

그 다음에는 마녀나 마법사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역사상의 마녀들의 삶이나 기원을 조사해보니, 「애니미즘」과 같은 정령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마녀"로 대하던 시대가 있더라고요. 기독교를 믿는 게 아니라, 자연이나 돌이나 꽃에 신비한 힘을 느끼는 사람들을 이단자로 취급하기 위해 마녀나 마법사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마녀가 소중히 하는 돌이나 아로마, 초목, 꽃에는 여성도 좋아하는 아이템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을 소중히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여성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그러고보니 서비스 초기의 이벤트가 원시의 정령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내용의 스토리였죠.

 

그것도 정도를 살펴본 건데, 어디까지 유저분들이 받아주실 수 있을지 걱정됐거든요. 만들 당시에는 여성향 앱 게임 중에 판타지물이 별로 없었고, 굳이 따지자면 현실을 무대로 한 컨텐츠가 많은 인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정령」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첫 이벤트에서 처음 (이 말을) 꺼내고 보니 「정령이 뭐야?」라는 반응이 아니라, 유저분들이 적극적으로 세계관을 받아들여주셨기 때문에, 이후 점점 판타지다운 단어를 늘려갔습니다.

 

 

─ 판타지의 밀도에 시행착오를 하며 만드셨군요.

 

그렇죠. 메인 스토리도 그랬지만 동화풍 세계에서 삐끗 벗어났을 때, 유저분들이 「못 따라가겠네,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잖아」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 것도 있어서 「축제 시리즈」 첫 이벤트에서는 「원시 정령」이라는 존재가 나오긴 해도, 판타지 밀도는 "토지신이 좋아할 만한 축제를 해보자" 정도였습니다.

메인 스토리 서두에서 이전 현자가 현대의 지식을 마법사들에게 심어줬다는 설정을 한 것도, 유저분들이 판타지 세계에 적응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 이전에 「집필할 때는 그 업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한다」고 하셨는데, 판타지 작품을 집필하면서 조사한 것이나, 참고한 것이 있으신가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판타지」라 해도 하이 판타지에서 로우 판타지까지 가지각색이라서요. 여성이 좋아하는 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생각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의견을 받은 게 세계관 감수의 카즈마코오(かずまこを) 씨. 카즈마 씨는 판타지를 거의 몰랐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반적인 유저상이었죠.

"판타지 작품은 몇 개 알고 있고 RPG게임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판타지를 읽을 정도는 아닌" 유저층을 프로토타입으로 삼아, 「그럼 이런 건 흥미가 생겨? 안 생겨?」 물어보곤 했습니다.

 

 

─ 그외엔 어떤 걸 참고로 하셨나요?

 

여성 중에서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꺼리는 분들도 있어서요. 판타지나 마법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싫은 걸까 알아보기 위해 마케팅 서적 등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점이나 마술을 다룬 책이나 영화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마법을 테마로 한 잡화나 악세서리 판매 행사에도 갔었죠. 회장 전체가 어두침침하고 램프가 걸려 있었어요. 이런 데에 오시는 분들은 세계관이나 분위기를 무척 소중히 하고 계시니까, 이런 자세를 배워야 해! 라고 느꼈네요.

 

「여자니까 지켜줄게」란 말이 멋없는 시대가 되었다

─ 『마법사의 약속』에는 중앙, 동, 서, 남, 북의 5개 나라가 등장합니다. 이런 세계관은 어떻게 착상하게 되셨나요?

메인 등장인물이 21명인데요,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는 캐릭터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게 제일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전원의 이름을 각인시키려면 어느 정도는 개성을 부여하고 카테고리를 나누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내기 위해서라도, 원래는 각각 20종목 스포츠의 우승자처럼 설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세계관이 복잡해지면 유저가 혼란스러워서 기억을 못 하잖아요.

그래서 유저가 기존에 가지고 있을 마법사의 이미지에 가깝게 5개 나라로 카테고리를 나눴습니다.

예를 들면 공주님이나 왕자님을 습격하는 무서운 마법사나, 영웅을 이끄는 마법사, 혼자 사는 걸 좋아하는 은둔자 같은 마법사 등....... 유저가 지금까지 만나온 마법사의 이미지가, 그대로 각국의 이미지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나라 명칭도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서쪽 마녀」나 「동쪽 마녀」와 겹치도록 붙였고요.

 

 

─ 마법사와 주인공 현자는 「대재앙」이라 불리는 달과 싸웁니다. 달은 서양에서 「광기」, 「미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달을 테마로 삼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엔 마법사들이 화려하게 활약할 만한 무서운 괴물이나 유령이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개념적인 것과 싸우는 쪽이 유저분들이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아서 달로 설정했습니다.

달이라고 하면 다들 로망을 느끼는 것이고, 달과 관련된 아이템도 많아서 폭넓은 테마이기 때문에 가장 친숙한 신비의 소재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세계관 감수의 카즈마코오 씨나 컨텐츠 프로듀서와는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가장 많이 의논했던 것은, 주인공의 행보에 대해서. 주인공을 마법사를 소환하는 현자로 설정하자는 건 초기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만, 주인공을 말하게 할지 안 할지, 남성으로 할지 여성으로 할지 꽤나 고민했지요. 반대로 주인공이 없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도 해보고.

끝내는 "연애 감정의 대상은 아니지만 함께 있으면서 기쁨이나 슬픔을 나누고 싶어", "조종석에 앉아 이야기를 이끌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들과 합창을 하고 싶어"라는 게 가장 근접한 요망이 아닐까, 하는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과 마법사는 연애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관계로, 성별은 유저분들이 정하게 하고, 성별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존댓말을 쓰는 캐릭터로 하자는 식으로 설정되었습니다.

 

 

─ 지금 서비스 중인 여성향 앱 게임은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아서 남녀 선택이 가능한 건 드문 일이죠.

 

그럴지도 모르죠. 그리고 주인공의 성별을 정할 수 있게 해뒀기 때문에 마법사는 성별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으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차별에 위화감을 느끼는 세상이 되어가겠죠. 오랫동안 사랑받는 컨텐츠였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전달 받았기 때문에, 마법사가 여주인공에게 「여자니까 지켜줄게」라는 대사가 나오면 (컨텐츠 수명에) 걸림돌이 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이런 대사는 옛날에야 멋지게 들렸지만, 지금은 한 입 모아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요.

그래서 남녀 상관 없는 「마법사와 현자」라는 관계를 제안한 겁니다.

 

 

─ 츠시미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거군요.

 

다른 여성향 앱 게임에서도 주인공의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작품을 본 적이 있는지라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고요.

그리고 남녀 개념을 없애면 시나리오에서 얽히는 전원이 남자니 여자니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간」이라는 통일된 방향으로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 카즈마 씨는 어떤 의견을 주셨나요?

캐릭터 밸런스에 대한 조언을 많이 주셨습니다. 독보적으로 인기있는 캐릭터나 나라를 만들고 싶진 않다, 욕심을 부리자면 캐릭터 모두 사랑 받길 바랐기 때문에 성질이 너무 겹치거나, 서로 매력을 깎아먹는 캐릭터는 없는지, 안정적인 관계와 불안정한 관계가 좋은 밸런스로 배치되어 있는지 하는 것 등 말이지요.

캐릭터의 밸런스는 분자 같은 거라서,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면 부딪치기도 하고, 돌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면서 아무 것도 안 해도 무한히 움직여주거든요. 반대로 밸런스를 잘못 잡으면 바로 활동이 멈추거나, 활발한 원자와 정체된 원자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맙니다. 실제로 원자와 분자가 이런 움직임을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예를 들자면 오즈가 북쪽 나라의 선생이었다면 북쪽 나라만으로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피가로가 중앙의 선생이면 너무 철벽이고, 레녹스가 의리파 사나이인 남쪽 나라면 너무 안정적이기 때문에, 드라마 요소가 적었을 거예요.

 

 

─ 그렇군요.

 

또 「반드시 빗자루에 태우자!」라는 말도 나왔었죠. 빗자루라니 좀 싸구려 같긴 하지만, 다들 빗자루 타는 마법사라는 정석적인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런 요소를 넣자고요.

빗자루를 타는 것보다 붕 떠있거나 영창하는 쪽이 멋있기도 하지만, 어린이가 봐도 마법사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조절하자는 뜻에서 모든 마법사를 빗자루에 태웠습니다.

 

 

─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나 유저를 매료시키기 위한 장치 등으로 coly에서 주문하신 건 없나요?

 

맨 처음 프로듀서 님과 대화할 때, 앱 게임의 주인공은 다른 캐릭터를 응원하는 위치일 때가 많은 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 것보다는 좀 더 캐릭터와 (주인공이) 페어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또 첫 회의 단계에서부터 「무거운 이야기로 가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가볍게 즐기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지요.

 

각국의 선생 역할과 「에이스」 포지션 캐릭터부터 만들었다

─ 캐릭터는 어떻게 창조해 나가셨나요?

카즈마 씨에게 5개의 국가에 각각 이런 캐릭터를 넣으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지지 않을까 분배해달라고 했고, 그에 맞춰 제가 세세히 살을 붙여나간 느낌입니다.

제일 먼저 정한 게 선생 역할과, 당시에는 「에이스」라고 부르고 있었던 각 나라의 간판 캐릭터. 중앙은 아서, 동쪽은 시노, 서쪽은 무르, 남쪽은 루틸, 북쪽은 미스라. 그 후 밸런스를 보며 선생 역할을 배치해나갔습니다.

가장 중요시했던 건 각 나라의 캐릭터 밸런스. 북쪽은 강한 마법사가 많으니까, 아무래도 다크 히어로 같은 캐릭터가 모여서 인기가 많아질 것 같았습니다만, 북쪽이 다 해먹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서쪽에는 서쪽의, 남쪽에는 남쪽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당초에는 중앙에 피가로, 북쪽에 오즈가 있었지만 전체를 봤을 때 남쪽의 인상이 약해지지 않도록 피가로를 남쪽으로, 오즈를 중앙에 뒀습니다.

 

 

─ 과연. 나라 간의 밸런스를 조정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가셨군요.


그렇죠. 메인 스토리를 쓰면서 초기 설정에서 가장 많이 바뀐 건 시노와 히스클리프. 맨 처음에는 입장이 정반대였어요.

히스클리프는 시노를 굉장히 의식하는 반면, 시노는 고고한 히어로 같았죠. 하지만 히스클리프가 이야기 서두에 등장하기 때문에 유저분들은 분명 히스클리프에 마음이 쓰일 거고, 애착을 가져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등장한 시노가 히스클리프에게 퉁명스러우면 시노가 유저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도중에 시노쪽이 히스클리프에게 집착하는 관계성으로 바뀌었습니다.

 

 

─ 집필 도중에 바뀌는 경우도 있군요.

 

그렇죠. 특히 이번에는, 유저분들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읽어주시는 게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강한 스트레스는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굉장히 컸습니다. 지금이라면 더 불편한 캐릭터를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 위로는 2000살, 아래로는 10대 캐릭터까지 연령 폭이 넓은 것도 『마법사의 약속』 특징인데요, 각 캐릭터의 연령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장수한 마법사는 그만큼 오래 살아 남았기 때문에 강한 마법사, 라는 기본 설정을 바탕으로 밸런스를 잡아가며 정했습니다.

장수 캐릭터를 내기로 한 건 역사적 캐릭터나 옛날부터 존재하는 것들이 「묵직한 안정감과 위엄」을 유저분들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였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소개에 「2000살」이라고 적었다가 꺼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어서 처음엔 숨겼습니다.

또 처음에는 기본적으로는 연공 서열로, 연령이 낮은 마법사가 새로 소환되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선후배의 밸런스를 생각해봤죠. 아무래도 선배 쪽이 경험자라 강하다는 설정이지만, 「재앙의 상처」라는 핸디캡 요소를 추가해서 신인들도 활약할 만한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갔습니다.

동쪽의 네로가 원래 현자의 마법사로서 선배 마법사쪽에 있었는데 브래들리와의 관계성을 더 깊이 그리기 위해 새로운 마법사쪽으로 변경된 것이 기억에 남네요.

 

어떤 캐릭터라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21명의 제작비화

오즈는 원래 북쪽에서 제일 강한 마법사였기 때문에 선생 역할로서 북쪽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아서와 엮일 일이 줄어들면 관계성을 그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앙의 마법사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오즈의 대사는 「.......」가 가장 많은 것 같은데요, 이러기만 하면 관록이나 위압감이 안 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지문을 넣고 있습니다.

 

아서는 처음부터 왕자님이었네요. 『마법사의 제자』처럼, 오즈라는 최강의 마법사에게 길러졌다는 관계성도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역시 아서와 오즈는 알기 쉽게 빛과 어둠의 관계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또 맨 처음에는 랜슬롯이라는 개를 기르고 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메인 스토리 전반부에서 아서의 상황이 열악한데 비해 아서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곁에 없었기 때문에, 기르는 개가 으르렁대고 짖어주면 그래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을까 하고.

 


카인은 기사처럼 멋있는 마법사를 이미지했습니다.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성을 그릴 때, 오웬에게 빼앗긴 눈알을 되찾기 위한 리벤지를 계획하면서도, 현자의 마법사 동료로서 열심히 싸워주는, 조금 멋진 형님 같은 느낌의 캐릭터로 삼았습니다.

오웬과 눈을 교환한 건 오드 아이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 였습니다. 판타지나 요괴물에서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간단히 신체 부위를 바꾸곤 하는데 그런 이미지예요. "조금 오싹하고 이상한" 요소죠.

 


리케는 표면적으로는 소년 영웅 이미지였습니다. 아마쿠사 시로나 쟌 다르크 같은, 젊은 나이에 칭송 받게 된 마법사. 그런 의미로는 파우스트와 이어서 구세주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쓰다보니 건방지면서도 좋은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는 레녹스와의 관계성을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레녹스는 파우스트의 시종이었으니까, 리케가 파우스트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리케를 엄청나게 신경 써준다는 설정으로. 결과적으로는 먹는 것 때문에 네로와 가까운 느낌이 됐네요.



스노우와 화이트는 으스스한 쌍둥이를 등장시키고 싶다고 생각해 만든 캐릭터입니다. 세계관을 드러내기 위해, 성격은 거의 똑같아도 되니까 어쨌든 불길하고 유령 같은 쌍둥이로 하고 싶어서.

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죽여버렸다는 설정은 제가 제안한 겁니다. 관계성을 그릴 때 (화이트가 스노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한 걸로 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성이 더 강해질 것 같았기에, 여기서는 (스노우와 화이트가) 서로 싸우고 서로에게 집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미스라는 맨 처음에는 조금 더 신사적인 느낌이었어요.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는 뒷세계 암살자 같은 인물이었는데, 생각보다 짐승이 되었구나 싶네요.

 獣 : 인간적인 정서나 상식이 결여되었다는 뉘앙스.

 

등장 씬이 파티장이었기 때문에 짐승 같은 느낌을 거기서 낼 수밖에 없어서 예의 없는 캐릭터가 된 것 같네요.

북쪽 마법사는 「위험」과 「애교」의 밸런스를 잡기가 어려운데요, 현자를 편의점 점장으로 비유했을 때 「잔소리 하기는 좀 무섭지만 의외로 말을 잘 들어주는(안 들어줄 때도 있는) 의욕 없는 알바생」 정도 거리감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오웬은 아슬아슬한 선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만든 캐릭터입니다. 절반의 유저에게 미움 받더라도 나머지 절반의 유저에게 사랑 받을 정도면 좋겠다, 하고. CV인 아사누마 신타로 씨에게도 무서운 연기를 부탁드렸고 불쾌하게 만드는 대사도 많습니다만,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오웬은 북쪽 마법사 중에서도 가장 얽매이는 게 없는 존재로, 오즈나 미스라처럼 억제가 될 주변 사람도 없거니와 브래들리 같은 제약도, 피가로나 네로 같은 비밀도 없죠. 카인과의 악연(因縁)은 있지만 서로 제약을 가할 정도는 아니고.

가장 자유롭고 무서운 마법사의 쾌적함과 찜찜함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브래들리는) 한 명 쯤은 반드시 껄렁하고 거친 형님 캐릭터가 필요하겠지 싶어 만든 캐릭터입니다. 북쪽은 무서운 마법사로 설정하고 싶었기 때문에, 죄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 이런 설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를 파고 들어가보니, 북쪽 마법사인데도 조직 운영이 가능하다는 건 머리가 좋거나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일 수 있는 수완이 있을 거란 뜻이라서. 쓰다보니 지능 레벨이 올라간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파우스트는 맨 처음에는 더 비굴하고 음습한 느낌이었습니다. 정말로 「이히히」 하고 웃을 것 같은 이미지(웃음). 다만 이러면 사랑 받을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에, 심성이 곧고 책임감 있는 부분을 강조해 나갔습니다.

또 "마녀=화형"이라는 이미지도 있기 때문에 그런 인물이 하나쯤 있어야지, 싶어서 파우스트의 과거 에피소드로 넣었습니다. 고양이 요소도, 마법사의 불길한 이미지로서 추가되었습니다.



(시노는) 캐릭터성이 제일 변하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히스클리프쪽이 시노를 신경 쓰고 있었어요. 하인이고 마법사이기도 하건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 시노의 강인함을 히스클리프가 동경하고 있고, 시노는 히스클리프를 「흥, 도련님이잖아」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지금보다 더 다투기 쉬운 관계성이었습니다. 그랬으면 (시노가) 좀 더 어른스러운 관계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소년기를 다 벗어나지 않은, 생기있고 훈훈한 관계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세상 물정 밝고 어른스러운 캐릭터가 많은 『마호야쿠』 세계에서 소년답게 정면으로 상처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히스클리프는 지금보다 좀 더 우유부단했네요. 시노에게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고, 세상 허무하고 의욕 없는 비관적인 귀공자 이미지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히스클리프는 좋은 아이가 되었네요.

히스클리프는 섬세한 심성이기는 하지만 연약하고 상냥하게만 보이지는 않았으면 해서, 조금 갭모에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1인칭이 「오레(俺)」이거나, 「재앙의 상처」로 짐승이 되거나, 가끔은 슬쩍 권력자의 얼굴이 드러내면서 박력을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대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요즘에는 사랑받는 것 같아요.



네로는 맨 처음에는 지금보다 한층 더 「나같은 건......」이라는 느낌의 캐릭터였죠. 개인적으로는 CV의 스기야마 씨 목소리가 들어가서 비로소 캐릭터가 완성되었다고 느낍니다.

자기평가가 낮은 캐릭터는 여럿 쓴 적 있습니다만, 네로의 경우 정말로 이런저런 일을 겪어서 인생에 실망했고 이제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상처받기 싫어, 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차별화된 것 같아요.

리케가 먹보 캐릭터가 되면서 네로와 엄청 얽히게 되었기 때문에 더 캐릭터가 살아났다고 생각합니다.

동쪽은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게 쉽고, 유저분들도 팀으로 좋아해주신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다들 조금씩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조금씩 서로를 양보할 줄 아니까 팀 느낌이 나는가봐요.

 


샤일록은 분위기 있는 바의 오빠 같은 느낌. 흔히 마법사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듯한, 우아하고 조금은 오싹하며 수상한...... 파이프를 불며 이 세계에 대해 읊어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입니다.

서쪽 마법사는 『마호야쿠』 세계관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많아서요. 예를 들면 샤일록은 우아함, 무르는 광기 어리고 트릭키하고 위험도 높은.

그중에서도 샤일록과 무르가 있느냐 없느냐는 『마호야쿠』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특색이 된 것 같아요.



(무르는) 맨 처음에는 샤일록과 그의 애완동물이며 고양이 같은 무르, 라는 관계성뿐이었습니다.

그거대로 귀여웠겠지만, 이대로는 무르가 인기가 없겠다 싶어서 과거에는 엄청난 천재였다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천재였을 때에는 상식을 크게 벗어났을 정도로 괴팍하게 가자, 해외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는 정말 성격 나쁜 주인공 캐릭터 정도로 막 나가보자 싶었죠.

서쪽에서도 무르는 특히 『마호야쿠』의 상징적인 캐릭터라고 계속 말씀드려왔는데요, 그래서 「대재앙」인 달을 사랑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쓰고 나서 coly에서 무르와 샤일록의 콤비명을 붙여 주셨는데요, 「애증」이 될 줄은 몰랐네요(웃음).



클로에는 맨 처음에는 좀 더 성격이 나쁘고 거칠었어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으니까, 의심이 많다고 해야하나, 사람을 신뢰하지 않고 지나가다 지갑을 소매치기할 것 같은.

하지만 현자의 친구가 될 것 같은 밝은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낯을 가리지만 꿈에 부풀었고, 멋진 것을 보고 두근거리는 심성을 가진 친해지기 쉬운 친구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유저 여러분께도 클로에는 좋은 아이라서 호감이 간다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좋은 아이로 만들길 잘한 것 같아요.



라스티카는 별로 변하질 않았네요. 왕자님이고 귀공자고, 조금 능청스럽고, 과거가 어두운 인물입니다. 그의 이미지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남자』. 행복해 보이지만 조금 무서운, 느긋해 보이지만 조금 뭐가 있어 보이는 이미지입니다.

새장에 신부를 넣는다는 설정이 된 건 카즈마 씨와 「일단 이상한 짓을 생각해보자!」며 마법다운 이상한 설정을 잔뜩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 엄청나게 뭔가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법사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부를 수집하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고양이 같은 무르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신사적이지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라스티카가 태어났습니다.



피가로는 맨 처음에는 중앙의 나라 선생님 포지션이었습니다. 대범하고 관대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비교적 방관자 타입 캐릭터였습니다.

그는 장수했고 상냥하지만 사랑(애정)을 모르는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을 알고 나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랬더니 중앙스럽지 않아졌기 때문에 남쪽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보사회여서 온 세계를 둘러볼 수 있게 된 사람이 많으니까, 「나도 죽기 전에 뭔가 달성할 수 있을까」, 「죽기 전까지 누군가와 진심으로 마음을 통할 수 있을까」 등의 심리에서 피가로에게 공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루틸은 맨 처음보다는 좀 더 햇살캐가 된 것 같습니다. 맨 처음에는 히스클리프처럼 조금 얌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그러면 미스라와 못 어울릴 것 같아서 점점 밝아졌습니다. 맨 처음에는 미틸 쪽이 더 활발하고 제멋대로였지요.

교사라는 설정 전에는 그림책 작가나 화가 등이 후보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술적인 부분은 서쪽에 넘기고 싶어서 피가로와 함께 커뮤니티를 지켜보는 직업으로 설정하게 되었고, 남쪽 나라의 가족감이나 안정감에 협력하게 되었습니다.



레녹스는 맨 처음에는 한층 더 군인에 가까운, 그보다도 야쿠자에 가까운 캐릭터였습니다. 1인칭도 「지분(自分)」이라고 했었고요. 얼굴에 상처가 있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만신창이에 억센 의리파 캐릭터였습니다.

다만 피가로도 맨 처음에는 좀 더 탄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남쪽에 그런 사람이 둘이나 있는 건 좀, 싶어서 서로 조금씩 다듬으면서 둥글어졌습니다.

남쪽 나라는 개척 시대의 서부가 모델이라서, 꼭 목장주 캐릭터를 내놓고 싶었어요. 양치기가 아니라 카우보이였으면 좀 더 호쾌하고 밝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미틸은 맨 처음에는 제멋대로에 캥캥대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유저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도록 성실하고 말 잘 듣는 부분을 추가하며 조정해갔습니다.

『마호야쿠』 세계관 안에서 미틸은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모두 조금씩 양보하죠"라는 말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미스라를 비롯한 북쪽 마법사들의 「나는 나는」 하는 성격과 상반됩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마호야쿠』 세계에서는 "어느쪽이 옳고 그른 게 아니라, 어느쪽도 좋고 나쁜 부분이 있다"는 걸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짊어진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마법사들의 고독은 현대 사회와도 통한다

─ 메인 스토리의 제작비화나 쓸 때 어려움을 겪은 씬, 대사가 있다면 가르쳐주세요.

역시 첫부분이 제일 어려웠지요. 캐릭터도 잔뜩 나오고, 새로운 세계에다가, 어떻게 하면 유저분들이 흥미를 가지고 세계관을 좋아해줄까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여기는 세세히 쓰고, 반대로 여기는 조금만 스트레스를 주고...... 그런 식으로 몇 가지 패턴을 시험해보며 썼습니다.

뼈대나 큰 흐름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꺼내는 말 한 마디까지 세세하게 조정해서 몇 번이나 퇴고하며 수정한 기억이 납니다.

 


─ 중반에서 후반에 걸쳐서는 어떠셨나요?

 

오히려 후반에 배틀이 시작되고 나서는 각 캐릭터의 개성이 드러나기 쉬워서. 오웬이 니콜라스를 떠민 사건이 발생한 뒤로는 순조롭게 써나갔습니다. 모든 캐릭터에게 활약할 장면을 마련하고, 순서대로 활약시키자는 식으로.

 

 

─ 『마법사의 약속』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고독과 마주하는 방법을 그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고독을 다룰 때 의식한 점을 가르쳐주세요.

 

그렇네요. 역시 고독을 키워드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아무리 상대가 옆에 있더라도 나는 고독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요소를 현자를 포함한 마법사 전원에게 부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고독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쓰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고독이란 아무래도 외롭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이지만 고독하기 때문에 진짜 나를 발견하거나 다른 사람을 허용하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고독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독에서 벗어날 방법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동시에 고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묘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모두가 고독을 느끼면서도 『마법사의 약속』이 「마법사와 마음을 잇는 육성 게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인 점이 감격스럽네요.

 

『마호야쿠』는 마법사들이 다양한 가치관의 사람과 마법사들과 만나,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이건 현대 사회에도 통하는 부분이 있지요.

나와 상대가 다르다고 해서 꼭 내가 고독한 것은 아니고, 나와 닮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고독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라는 점은 앞으로도 테마로 삼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모든 캐릭터의 가치관을 다르게

─ 여기서부터는 츠시미 선생님의 집필 활동 전체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마법사의 약속』 이외에도 여성향 게임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계신데요, 영향을 받았다고 느끼는 작품이나 인물이 있으신가요?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봅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감독은 왕가위입니다. 그 분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영향을 받고 싶다고도 생각합니다.

 


─ 소설이 아니라 영화시군요.


그렇네요. 그래서 대사 표현이 번역 자막 같다는 얘길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사랑해」라는 대사를 하게 만들거나 포옹하게 합니다만, 일본에서는 잘 안 하다보니 「좀 과하셨어요」라는 소릴 들을 때가 있습니다(웃음).

 


─ 모든 작품에서 캐릭터의 배경이 꽤 치밀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만, 어떻게 만드시는 거지요?


제가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좋아했던 게, 역사 인물이나 범죄 심리의 프로파일링. 그런 인간에게 흥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열매는 나무에서 열리는데 나무가 비쩍 말랐거나 병을 앓고 있으면 건강한 열매가 열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인격은 환경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심리학 등도 공부하고 계신지요?

 

전문으로 공부한 적은 없습니다만 좋아해서 조사했었습니다.

 


─ 많은 인원의 캐릭터가 등장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만들어가셔서 놀라워요.


먼저 많은 인원의 캐릭터를 만들 때 의식하는 것은 캐릭터가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겹치지 않게 한다는 뜻은 캐릭터의 버릇이나 외모 같은 표면상의 얘기가 아니라 가치관과 같은 내면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 내면을 전부 엇나가게 만들면, 예를 들어 21명이 파티를 한다고 해도 21가지 패턴이 제대로 나오게 됩니다.

버릇이나 외모만 바꿔도, 가치관이 똑같으면 같은 의견이나 행동밖에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모든 인물의 가치관을 다르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캐릭터를 움직일 때 어떤 점을 의식하시나요?


모든 캐릭터들이 나와 대화를 할 때, 가능한 빼먹는 시점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노라면 여기서 반드시 한 소리 하겠지」라거나, 「아서는 이런 말을 들었다간 가만있지 않을 걸」하고,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의 시점에 서서 이야기를 읽어보는 겁니다.

팬이신 분들은 최애캐의 시점에서 보실 테니까, 시점을 빼먹으면 「이런 말을 들었는데, 왜 오웬이 가만히 있지?」라고 생각하는 일이 발생하거든요.

 


─ 그렇군요.


다른 각본가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인데, "캐릭터의 수만큼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그렇게 하면, 「이 캐릭터가 여기서 가만히 있는 건 말이 안 되잖아」라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캐릭터의 시점을 넣으려고 하면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지고, 너무 많이 놓쳐도 캐릭터가 죽기 때문에 밸런스를 잘 잡아 넣는 걸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 츠시미 선생님 하면 잘 짜인 복선과 회수로도 정평이 나있죠. 그런 복선을 넣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복선을 넣을 때 의식하는 점은,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영상 작품이라면 복선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게 이야기로선 재미있을 겁니다. 후반에 복선이 회수되었을 때 「아, 그거!」하고 깨닫는 편이 재밌죠.

하지만 반대로 앱 게임이나 연재물일 경우 유저분들이 「이거 이런 뜻 아냐!?」라고 생각하며 결말까지 봐주시는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복선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보고 싶어지는.

예를 들어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의) 턱시도 가면의 정체는 치바 마모루잖아, 틀림 없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츠키노 우사기쨩이 「턱시도 가면님의 정체가 마모쨩이었다니」라고 알게 되는 순간을 보기 위해 계속 보게 되는 면이 있잖아요(웃음).

단편 완결형 작품과 장기 연재형 앱 게임에서는 그런 복선 방식의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저 즐겁기만 한 이야기는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 그럼, 판타지물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집필할 때에 조심하고 있는 점은 있으신가요?

집필을 시작하고 나서 깨달은 어려움인데요, 예를 들어 아이돌이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유저들은 콘서트 스테이지나 라이브 하우스, 방송국 스튜디오를 상상해 주실 수 있지만, 무르가 「서쪽 나라 성에 도착했어!」라고 말하면 거기에 뭐가 있는지 상상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타지는 정경 묘사를 정성껏 쓰지 않으면 풍경이나 분위기가 드러나지 않아서 그 부분은 공부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판타지라서 좋았던 점은 배틀 씬. 판타지면 배틀을 해도 유저분들이 따라와주시는 것 같습니다. 현대물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이것저것 쓸 수 있다는 점에서는 판타지만의 즐거움이 있다고 할 수 있네요.

 


─ 인터뷰 서두에서도 「무거운 스토리로」 요청 받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만, 츠시미 선생님 작품에서는 자주 「질척질척하다(闇が深い)」고도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개그씬에서는 피식 웃을 수 있는 대사로 보답하기도 하시지요. 이런 개그와 시리어스의 밸런스에서 주의하시는 점은 있나요?

 

스토리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면 유저는 이야기를 읽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항상 들어왔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줄곧 생각해왔습니다.

오히려 즐겁기만 한 이야기는 읽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야 너무 괴로우면 더이상 못 읽겠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그 앞에 즐거움이나 알고 싶은 요소가 있다면 조금 괴로운 장면이라도 읽어주시겠지, 하는.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독자나 유저분들은 분명히 이야기에 적극적이시고, 스트레스를 받은 의미가 있는 전개가 준비되어 있다면 괴로워도 견뎌주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일부러 이야기를 읽는 사람을 괴롭게 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 이런 경험을 해두면 현실을 살아갈 때 조금 더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입니다.

 


─ 아까 전에도 「고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문제를 방치해두지(投げっぱなしの闇)" 않도록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편해지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라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전개라면 다들 따라와주지 않을까, 현실에서도 응용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그러니까, 편하기만 한 읽을거리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를 위한 궁리로 개그씬을 넣고 있습니다. 코메디로 한숨 돌리고 나면, 다음에 조금 무거운 장면이 나와도 다시 읽어줄 의욕이 나지 않을까 하고.

 

 

─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을 가르쳐주세요.


제가 이걸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치관을 너무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창작을 하고 있으면 그 세계 안에서는 내가 신이 되니까, 때때로 내 의견이 가장 옳은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의견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그 세계 안에서는 작가의 사상이 가장 우선되어 승패도 작가의 뜻대로 좌우되고 맙니다.

하지만, 그래서 즐거운 건 작가뿐이거든요.

사실은 하나만이 아닌, 여러 가치관이 존재하는 게 옳겠지요. 「이때는 이 사람이 정답이었지만 아닐 때는 틀렸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실패했을지 몰라도, 동시에 누군가에겐 구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처럼. 세상일의 여러 국면을 제공해가고 싶습니다.

 

 

츠시미 분타(都志見文太) 11월 30일 생. 도쿄도 출신. B형. 동인 서클 「TARHS Entertainment」 주재 중 한 명. 주요 시나리오 담당 작품은 『도서관의 네버지스타図書室のネヴァジスタ』、『아이돌리쉬세븐アイドリッシュセブン』、『킨토우카きんとうか』 등. Twitter(@Bunta_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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